모란앵무 날다 - 집 나가면 개고생
한 2년 전 이야기예요. 제게 정말 재미있는 사진이 있어서 포스팅해봅니다.
제 동생은 동물을 좋아해요.
그래서 강아지, 토끼, 햄스터 기르다가 어느 날 모란앵무를 데려왔더군요.
예쁘긴 한데 앙칼진 아이였어요.
한 사람만 좋아하는 것인지 유독 동생만 좋아하고 저는 자꾸 물더라고요.
그래서 정 뚝!
"너 진짜 새니까 봐준다!"
"확 마, 때릴 데가 없어서 봐준다."
뭐, 이렇게 싸울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모란앵무가 말을 못 하니 다행인가요? ㅎㅎ
그러던 어느 여름, 방충망을 살짝 열어놓은 걸 깜박하고 동생이 새장 문을 열어두었어요.
열어두면 나와서 놀거든요.
놀다가 더 있기 싫으면 알아서 들어가기도 하고요.
(→모란앵무는 집을 참 좋아하는 아이랍니다. )
잠시 후 집에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란앵무가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난리가 났어요.
동생은 찾다 찾다 넋이 나간 것 같았어요.
어디다 전화를 하고 인터넷에 올리고 난리였죠.
그런데 기적처럼 연락이 왔어요.
집 앞에 학교가 있는데 거기서 봤다는 제보(?)였습니다.
결국 찾기는 찾았어요.
이런 모습으로 집으로 다시 왔습니다.
눈물이 앞을 가렸죠.
야생조들에게 실컷 당했던가 봐요.
다행히 몸을 수그리고 있었는지 다른 데는 많이 안 다쳤죠.
인생, 아니 조생 큰 경험을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털이 다시 돋고 차츰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보송보송하게 다시 난 털을 보니 다행이라 싶었고요.
조생에 큰 고생을 치르고 나니, 비록 새일 망정 애가 좀 바뀌었어요.
뭔가 더 철학적인 눈빛이랄까요.
뭔가 알아버린 눈빛...
그렇게 시간이 또 지나갔죠.
동생이 사진 찍어준다고 처음으로 목걸이도 해줬는데, 가만히 있더라고요.
털도 다 나고 많이 예뻐졌죠.
그 고초를 겪고 나니 좀 달라졌나 했는데...
털 다 나니 얘가 또 날 물어요.
"너 진짜 새니까 봐준다!"
"확 마, 때릴 데가 없어서 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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