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자해지(結者解之), "매듭은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 일을 벌였다면 벌인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 특히나 다른 사람의 일에 관여했다면, 그것이 호의든 악의든 간에 책임 질 필요가 있다. 호의였다고 해서 일을 그르쳤을 때 발을 빼려 하거나 억울해하면 안 된다.
결자해지
이웃 어르신을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것으로 사건이 시작되었다. 이제 이사 오신 그분은, 인터넷이 안 돼서 핸드폰 사용할 때 데이터 걱정도 되고, TV도 안 나와 심심하시다며 인터넷 연결하려면 어찌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자녀분들에게 물어보시는 게 어떠냐고 말씀드렸지만 자녀들이 바쁘니 물어보기가 미안하다 하셨다.
결국 인터넷 설치할 수 있는 번호를 알려드렸고, 3년 약정으로 계약을 하셨다. 계약할 때 영업하시는 분에게 부탁해 특별히 지원금도 더 받아드렸다.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자녀들과 마찰이 있었나 보다. 추석을 맞아 찾아온 자녀들이 인터넷 약정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렇게 비싼 걸 설치 안 해도 되는데, 한 사람꺼 추가하면 되는데 왜 물어보지도 않고 계약했냐며 열을 냈던 것이다.
어르신이 미안하다며 해지를 원하셨고, 결자해지니 다시 한번 계약 해지를 도와드리려 했지만, 마침 추석 연휴라 다시 영업일이 되기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결자해지, 다른 사람에게 호의를 베풀 때도 상대에게 그 호의가 진정으로 필요한지 꼭 체크해봐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하지 못 했다면 맺은 사람이 앞장서서 풀어줌이 맞다.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들에 맞서는 자신을 보면서 자신의 그릇의 크기도 가늠해 볼 수 있다.
그래, 스스로 큰 그릇이라 다독이며 전화를 한다. 그리고 사정을 하고 다행히 설치비를 물고 계약해지를 할 수 있었다. 안 들어도 됐을 설치비 때문에 오히려 탓만 듣겠다 생각하니 속이 상했다. 그리고 생각한다. 이런 일에 앞장서지 않겠다고, 특히나 2년이니 3년이니 계약이 들어가는 일에는 절대 나서지 않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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