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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에 주말농장을
분양받았습니다.
농사는 처음이었기에
의욕은 앞섰으나
아는 건 별로 없이 시작했네요.
겨우 두 달이 갓 지나간 시점,
그래도 경험이라면 경험이
쌓여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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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농부 두 달의 기록 - 상추, 감자, 열무, 고추 가꾸기
농사가 처음이라 쉬운 작물부터 심는다고 심은 게, 상추랑 겨자채, 쑥갓 같은 쌈채소들이었어요.
어느 정도 심어야 할지 알 수 없어, 상추를 그만 너무 많이 사버렸었습니다.
기르기 쉽다는 말에, 청상추, 적상추, 아삭이, 로메인 등 품종별로 골고루 샀어요.
사진 왼쪽이 잘렸는데, 겨자채 옆에도 상추가 몇 포기 더 심어져 있답니다.
일주일에 한 두번 물만 줘도 쑥쑥 잘 자라는 상추.
직접 기른 쌈채소를 식탁에 올리니 밥맛이 절로 돌았습니다.
아삭아삭한 상추도, 톡 쏘는 겨자채도 맛이 환상적이었어요.
4월 말에는파도 사다 심었습니다.
감자와 비넝쿨성 강낭콩도 뒤쪽에 심었는데, 살짝 순이 올라와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서로 붙여서 심었더니, 처음에는 감자 싹인지 강낭콩 싹인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인생 처음으로 감자와 강낭콩을 구분해 보았네요.
이젠 척 보면 바로 알죠. ㅎㅎ
고추 모종도 사다가 심었습니다.
옆지기가 고생하고 있네요.
저는 뭐 했냐고요?
저도 옆지기 못지 않게 농사에 열심이랍니다.
주로 잡초랑 씨름하면서 뽑아내는 게 제 담당입니다.
옆지기는 오래 쪼그려 앉아 잡초 뽑는 게 싫대요.
그거 좋을 사람 누가 있겠어요. ^^
남의 밭엔 벌써 지지대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저희는 이때까지도 지지대를 어떤 걸 사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었어요.
땅이 저희에게 쌈채소를 한가득 또 내주었어요.
그런데 음식도 귀해야 맛나지, 매 끼니때마다 식탁에 오르는 쌈채소들이 어느 순간 반갑지 않게 되더라구요.
냉장고에 상추가 한가득.
이 사람 저 사람 만날 때마다 쌈채소를 담아주기 바빴답니다.
다음번에는 정말로 상추는 조금만 심을 거예요.
한 10개 정도만요.
어느날 텃밭에 가니 심어두었던 파가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마도 비가 내려 뿌리가 뽑힌 게 아닌가 싶어요.
너무 얕게 심었던 것일까요.
말라죽은 것도 아닌데 누가 작정하고 뽑은 것처럼 어떻게 모두 이럴 수가 있는지...
파는 다 뽑히고, 잡초는 장난아니게 올라와 있었어요.
겨자채 좀 보세요.
엄청 컸습니다.
상추들도 아예 배추가 되어 있어요.
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기는커녕, 더 무성해져만 가는 상추입니다.
푸릇푸릇 잘도 자라네요.
이 사진도 아래 사진도, 이날 찍은 사진들이 감성적으로 잘 찍혔더라고요.
날씨 때문인지, 제가 뭘 따로 만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모종 사다가 심은지 일주일만에 본 고추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대가 짱짱하니 잘 자라고 있어요.
흙이 주는 선물, 뭐든 이렇게나 잘 자라니 신기하고 고마운 생각이 듭니다.
옆지기가 고추 지지대를 박고 있어요.
지지대를 어떤걸 살까 고민하다 결국 샀는데, 막상 밭에 와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지지대가 너무도 짧더라고요.
땅에 박히는 길이를 고려를 안 했던 것 같아요.
많이 샀는데 버릴 수도 없고, 새로 산 쇠망치로 옆지기가 열받은 사람처럼 실컷 두들기고 있습니다.
농번기(?)니 더 자주 가게 되더라구요.
감자줄기 예쁘죠?
초록초록한 색깔도, 선명한 그물맥 무늬도요.
그 아래로 튼실한 감자가 자라고 있다 상상하니 너무도 사랑스럽습니다.
파가 죽은 자리에 열무를 심었어요.
씨를 뿌렸는데 싹이 잘 텄습니다.
열무순도 너무나 예뻐요.
배추인지 열무인지 뭔지 몰랐던 시절이 어제 같은데, 이제는 심었던 작물들은 다 알아요.
그나저나 열무 심어둔 모습 좀 보세요. 너무 빼곡하지 않나요?
적당히 심어야지, 씨를 아예 땅에다 들어부었습니다.
누가요? 제가요. ㅎㅎ
감자는 줄기가 커가면서 자꾸 쓰러져서 그때마다 두둑을 높여주어야 했어요.
손이 안 가는 농사가 없더라고요.
작물마다 특성이 다르니, 이건 이것대로 저건 저것대로 신경 쓸 게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농사는 그냥 작물마다 똑같이 심고 거름 주고 물 주고 거두고만 하는 줄 알았었는데..
감자가 심어진 땅에 흙을 자주 올려준다고 올렸는데도 자꾸만 줄기가 넘어가고 밖으로 드러난 감자들도 있더라구요.
파랗게 싹이 트기도 하고, 마르기도 하고, 아직 덜 자란 감자들이 나뒹굴기도 하고요.
그래서 손을 흙속으로 살살 집어넣어 지표면에 너무 가까운 감자들을 살살 따냈어요.
그렇게 따낸 감자를 처음으로 집에 가져왔어요.
열무도 솎아서 가져왔습니다.
반찬거리들이 제법 많아졌어요.
상추잎 좀 보세요. 정말 크죠?
살다 살다 이렇게 큰 상추는 처음 먹어봅니다.
몇 뿌리는 결국 들어내서 버렸습니다.
다음 농사에 깊은 교훈을 남겨준 상추입니다. ㅎㅎ
쑥갓에도 꽃이 피었어요.
그만 먹을 때가 된 것 같아서 뽑아주었습니다.
쑥갓은 쌈채소로 먹기도 하고, 찌개에 넣기도 하고,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그런대로 잘 먹었습니다.
드디어 고추가 열렸어요.
주렁주렁 열린 고추 보니 정말 뿌듯했습니다.
진딧물이 있어서 약 사다가 물에 타서 딱 한 번 뿌렸더니 더는 생기지 않더라구요.
옆밭에서 날아와 번진다고도 하는데, 생기면 또 뿌려주면 되고요.
진딧물 없애는 약을 살포했으니 바로 먹을 고추들은 잘 씻어서 먹어야 할 것 같아요.
손수 지은 작물이니 약을 하고 안하고도 알 수 있고, 좋네요.
고추 말고 다른 작물은 전혀 약 안 하고 퇴비만 주었습니다.
드디어 감자를 수확했습니다.
장마 소식이 있어서 좀 서둘렀는데, 이적지 장마는 안 오고 있어요.
좀더 둘 걸 그랬나 봅니다.
농사는 심고 가꾸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라, 수확하는 것도 중요하단 사실을 절감합니다.
사진에 아직 꼬맹이 감자들 보니 내심 아쉽네요.
20킬로 정도 캔 것 같아요.
제법 튼실합니다.
꼬맹이 감자들은 조림하려고 따로 담았답니다.
감자가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걸 처음 알았어요.
동글동글 옹골찬 감자입니다.
씨감자 팔던 분이 '맛있는 감자'라고 강조하셨는데, 지난번 몇 알 가져갔을 때 쪄보니 진짜 쫀득쫀득 맛있더라구요.
튼실한 감자중에 이렇게 벌레 먹은 건 밭에서 다 버리고 왔는데, 그래도 하나가 따라왔네요.
이걸 어떤 녀석이 먹었는지 정체도 알고 있답니다.
제가 감자를 캘 때 부르르 기어 나와서 도망가더라고요.
땅개비? 땅강아지?였습니다.
어때요, 나눠먹는 거죠.
감자를 캐서는 수분을 말려야 한다네요.
그대로 냉장고에 들어가면 안 되고, 종이박스에다 담아서 윗부분은 열어두었어요.
햇빛을 보면 안 되니까 어두운 곳에 두고 상자 위에 신문지만 덮어두었고요.
이제 밭에는 열무랑 얼가리, 손가락당근, 고추, 강낭콩이 남아 있습니다.
7월에는 일이 있어서 밭에 가기가 힘든데,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수확할 수 있는 건 이번달 말까지 수확해보려 합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점점 경험이 쌓이겠죠. 초보농부는 배워야 할 게 너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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