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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시고르 라이프

똑같은 물건인데 어떤 건 팔고, 어떤 건 버리고

by 제트B 2023.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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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물건인데 어떤 건 팔고, 어떤 건 버리고

시골에 와 살면서 의아한 부분 중 하나, 가격이라는 게 몹시도 탄력적이란 사실이다. 물건의 질을 판단하고 가격을 매기는 게 순전히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이해와 판단에 의해 결정된다. 더 좋은 물건이 더 싼 가격에 팔리기도 하고, 같은 물건인데도 때로는 파는 사람 맘이고, 사는 사람 하기 나름이다. 이른바 흥정이란 것... 그게 때로 재미있기까지 하다. 

 

무청 한 묶음에 3천 원에 팔고 있는데, 그 옆에서 무 한 다발이 묵직한 이파리들을 매단 채 3천 원이다. 잠깐 머리를 굴려보면, 무 한 단을 사서 무청을 자른 다음, 무는 무대로 쓰고 무청은 무청대로 쓰지 누가 무청만 살까 싶다. 그래도 누군가는 사고, 안 사면 다음 장에 팔면 된다. 말려도 되는 무청인데, 이장 저 장 끌고 다닌다고 누가 뭐라 할 사람도 없다.

 

 

밭에 버려진 무청시래기

그나마 이렇게 버려지는 무청도 있다. 무만 가져가고 이파리는 다 뜯어서 밭에다 그냥 던져두고 가버렸다. 이걸 다시 가져다 먹는지, 이대로 썩으라고 둔 것인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무청시래기 맛이 그리운 이 사람은 이걸 보며 참 안타깝고 아깝다. 

 

 

밭에 버려진 호박

어떤 밭들에는 호박들도 굴러다닌다. 이렇게 굴러다녀도 안 먹는다. 서리가 내리고 날이 추워지니 이제는 썩고 있다. 일부러 거름 되라고 썩히나 싶은데, 도시촌사람(?) 머리로는 역시나 이해가 안 간다. 

 

 

공중에 달린 호박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 작고 빨간 열매가 달린 나무에 호박이 덩달아 열려 있다. 일부러 덩굴을 위에다 올린 것도 아닐 텐데, 호박덩굴이 정말로 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맺은 것인가. 

 

 

공중에 달린 호박

높다란 나무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호박을 보며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날이 추워지고 언젠가 바닥으로 떨어질 것인데, 어쩌자고 저렇게 높은 데서 열린 것인지. 이 밭 저 밭 걷어채이는 게 호박이고, 심지어 공중에도 달려 있는데, 역시나 장에 가면 이런 호박도 돈을 주고 사야만 한다는 사실. 

 

 

집 근처 밭에는 콩이 심어진 땅이 있다. 수확철이 지나도 거두지 않길래 다 생각이 있겠지 했는데, 결국 베서 밭 가장자리에 다 버렸다. 비틀어보니 속에 마른 콩들이 가득하다. 

 

고구마순도 지천에 버려두어 시든지 오래... 그럼에도 남의 것이니 눈으로만 보며 지난다. 장에 가면 꽤나 비싸고, 추워지니 이제는 나오지도 않는 귀한 것들이다. 가져갈 사람 가져가라고 써 두기라도 하지. 남의 작물을 보며 참 아깝고 아깝다.

 

나처럼 도시에 살다가 온 입주민인지, 누군가가 한 마디 하며 지나간다. 

"지금은 시골 사람들이 더 부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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