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이 버셨겠어요. 막판에 물리시긴 했지만요."
부동산 실장님이 웃으며 말합니다.
'물리시긴 했지만'이란 말이 한동안 뇌리를 맴돌았습니다.
부동산에 들렀다가 실장님이 헷갈려하는 부분을 짚어줬더니, 집을 여러 번 사봤냐는 질문이 들어왔고, 그렇다고 했을 뿐이었어요.
시골에 살게 된 황당한 이유
시골에 살게 된 황당한 이유는, 투자해 놓은 아파트 분양권이 팔리지 않아서였습니다. 가격을 많이 낮추면 들어올 사람이야 있었을 테지만 여기서 한번 살아보기로 했어요. 한 번도 물렸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프리미엄을 꽤 주고 샀지만, 제가 선택한 집만의 특별한 장점들을 고려할 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선택한 것이었고요.
올해 초에 살던집을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다른 지역에 집을 샀었습니다. (☞ 집 팔고 짜장면 한 그릇, 다시는 선매수 금지) 이 분양권도 있는 상태에서요. 집이 정말 팔리지 않는 힘든 시기라 급매로 나와있던 집을 얼른 잡았던 것이었는데요, 살던 집 역시 급매로 팔아야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수도 매도도 그때마다 잠시 뭔가에 씌었던 것 같아요. 아니, 순간의 욕심이 눈을 가렸던 것 같습니다.
올해 일 년, 집 하나 사고, 기존 집 팔고... 새집 이사해 등기 치고... 몇 개월 살다가 전세 주고,... 지금 집에 입주하고 등기 치고... 스펙터클 하게 이사 다녔네요. 매수를 두 개나 해둔 상태에서 기존집을 못 팔았다가는 3주택자로 취등록세나 양도세 모두 걸림돌이 커지니 애가 좀 탔었죠. 기존집 매도도 힘들었고, 새집 전세 맞추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한 부분 삐끗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행히 다 마치고 한적한 시골살이라니, 긴긴 마라톤을 끝내고 쉬는 기분이 이런 것일까요.
그런 이야기들을 다 하지 않았으니, 부동산 실장님의 '돈 많이 벌었겠다'는 말에도 억울함 비슷한 게 느껴졌어요. 결국 2 주택자가 되었지만, 하나는 전세금 제하면 별것도 아니고, 다른 하나는 다들 별로 안 들어오고 싶어하는 시골 아파트인걸요. 많이 벌고 그런 소리 들으면 덜 억울하죠. ㅎㅎ
생각보다 시골생활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니, 색다른 재미가 있는 삶입니다. 요새 시골이 어디 깡촌인가요. 생각보다 별거별거 다 있어서 불편함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신도시 살던 때는 구하기도 힘들던 물건들을 여기서는 쉽게 접하는 경우가 많아서 어떤 부분에서는 훨씬 더 편리해졌습니다.
살면서 순박한 어른들 만나는 게 쉽지 않았는데, 순박한 분들도 자주 봅니다. 그래서 굳이 날을 세우지 않아도 되네요. 사실 날을 세우며 살았던 적도 없지만요. 앞으로도 날을 세우며 살아가는 삶은 최대한 지양하고 싶어요. 이곳에서라면 그렇게 살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새록새록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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